오지은 '서울살이는' 음악에, 빠지다


오지은의 목소리는 신비롭다.
딱히 좋다거나 아니면 독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닌데, 그녀가 첫음을 뱉는 순간 마음이 무장해제된다. 오지은의 '서울살이는'도 그렇다. 전주도 없이 그녀가 '서울살이는 조금은 외로워서' 를 담담히 부르는 순간 신기하게도 나의 지난했던 지난 서울살이가 느리게 스쳐간다.

2010년 2월에 나는 대학을 졸업했다. 부러 졸업을 미룬 찬구들이 몇 있었고, 취직을 하지 못한 친구들이 몇 있었다. 나는 졸업과 동시에 이천의 한 대안학교에 취직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고, 부모님은 기뻐했다. 이천에서의 생활은 지루했고, 강남에서 30년간 학원을 운영하던 원장이 돈을 좀 더 벌어보려고 세운 대안학교는 대안학교라기 보다 검정고시를 가르치는 입시 학원에 가까웠다. 하루에도 몇번씩 떄려치우고 싶었지만 기뻐했던 엄마의 얼굴은 그런 마음의 족쇄였다.

교장의 방만하고 권워적인 학교운영을 견딜 수 없었던 나는 우발적으로 그만 두겠다는 말을 뱉었다. 다음날 아침 교무부장은 수업중인 나를 불러내 지금 나가시라고 말했다. 들어간지 불과 3개월 만이었다. 그대로 부산으로 내려갈 면목이 없었던 나는 순간 생각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이천까지 왔는데 남하는 하지 말자. 씨바!! 못 먹어도 고. 곧 죽어도 북진이다.

서울에 연고같은게 있을리가 없었다. 어쨌든 서울로 가면 뭔가가 돼도 되겠지 생각했다. 강남 고속 버스 터미널로 가는 표를 끊었다. 버스 안에서 라디오를 들었는데 '종로에서'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그랬나. 서울에 도착하자 마자 나는 피씨방으로 들어가 종로 고시원을 검색했다. 처음 고시원에 발을 들여 놓던 떄를 아직 기억한다. 방이라기 보다 닭장과 닮았었다. 엄마는 일은 잘하고 있냐고 물었다. 나는 걱정하지 말으라고, 곧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중엔 고시원비 23만원을 내고 57만 원인가가 있었다. 3개월의 노동에서 내가 모을 수 있었던 돈은 그정도 였었다. 문득, 조금 슬퍼졌다.

그렇게 나의 서울살이가 시작됐다. 서울은 차가웠고, 비정했다, 지방대 출신의 표준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나를 선택해주는 기업은 없었다. 나는 영화엑스트라를 했고, 탈인형 알바를 했다. 일이 끝나면 근처의 전집에서 2000원 짜리 김치전을,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다가 혼자 마셨다. 술에 취한 남녀가 비틀거리며 모텔로 들어가는 광경이 종종 눈에 띄었다. 부산에 있었다면 나도 누군가와 모텔에서 달콤하거나 뜨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그건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누군가와 왁자지껄 떠들며 마시고 있었을 거란 건 분명했다. 그 즐거움 대신에 나는 거울속의 나와 소주를 마셔야 하는 삶을 선택했다. 얼굴은금방 불콰해졌다. 거울속의 나는 무참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몇번의 연애를 했고, 몇번의 이사를 했다. 처음 23만원짜리 고시원 - 하우스 메이트- 보증금 500, 월 30짜리 반지하를 지나 지금은 꽤 오래된 거실하나 방 한칸 짜리 (역시 월세긴 하지만) 집으로 이사왔다. 처음 캐리어 하나로 시작한 서울살이는 지금 이사를 하려면 1톤짜리 트럭을 두대 불러야 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할부가 많이 남은 차와 500권의 책과 이런 저런 커피 도구와 요리 기구들과 꽤 괜찮은 두대의 자전거, 혼자서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될 만큼의 동네 친구들 정도가 3년간의 서울살이에서 내가 남긴 것들이다.

간혹 이 것들이 모두, 오롯한 내 노동임을 생각하면 조금 서러워진다.

'서울살이는' 의 가사처럼 서울살이는 조금은 즐겁고, 또 조금은 어려워서 그렇게 울다가 웃으며 또 세월의 걸음을 하 밟게 되겠구나 싶다. 괜찮아 잘될거야란 식상한 말 없이도 누군가의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고, 다가올 지겨운 날들을 가만 가만 만져주기도 한다. 좋은 가수란 그런 거겠구나 싶다.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지은의 '서울살이는'을 들려주고 싶다.
서울의 밤이 깊어진다. 많은 서울살이들의 사연을 품고. 이제, 술을 마시러 나가야겠다.

덧글

  • 지나가는 사람 2015/12/07 11:36 # 삭제 답글

    '서울살이' 검색하다 우연히 들렸습니다. 타향살이를 하는 대부분이 꿈의 정원님과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저도! 글을 읽다가 괜히 눈이 뜨근해집니다. (저는 서울살이 8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그래요) 추천해주신 오지은 노래 꼭 들어볼래요.
  • 꿈의정원 2016/02/23 21:28 #

    제가 블로그를 워낙 뜨문 뜨문 들어와서 이제야 답글을 다네요 ㅋ 뭐 이글 보실지 모르겠지만, 저와 비슷한 정서를 가진,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는 이 댓글이 되게 위로가 됐다는 말은 꼭 드리고 싶네요. 오지은의 이 노래는 (정말로 들어보셨다면) 분명 마음에 들었으리라 확신합니다. ㅎ 춥지 않은 날들 보내시길.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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